SSS급 평론가들이 자꾸 내 글을 읽음에는 할아버지가 손주를 위한 남긴 시간의 방이 있습니다. 이 시간의 방은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고 집필에 도움을 주는 평론가들이 나타납니다. 주인공은 이 방으로 인해 한때 포기했던 작가의 꿈을 새롭게 이어나가게 됩니다.
공무원 서강현
서강현은 수원 한 행정복지센터의 복지 민원 접수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그는 오늘도 진상 민원인한테 시달리고 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수 일째 반복해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참동안 분풀이하듯 쏘아붙이던 민원인이 서강현의 얼굴에 냅다 서류들을 집어던집니다. 예전에는 이런 행위에도 참고 넘어갔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내일 또 온다며 나가려는 민원인에게 욕설 폭격과 함께 서류들을 민원인의 얼굴에 되돌려 줍니다.
나도 공무원 안 하고 그냥 시민 할란다.
그리고 너 주소 아니까
진짜 밤길 조심해라.
사표를 제출하고 예전에 현실이라는 놈과 가족들의 걱정으로 인하여 놓아 버렸던 꿈을 다시 잡으려 합니다. 그 꿈은 바로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믿는 구석
할아버지는 유난히 서강현을 예뻐하셨습니다. 시골이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TV를 자주 보셨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는 늘 사람들에게 강현이는 대단한 드라마 작가가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린 서강현은 그렇게 자연스레 드라마 작가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허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유명 작가의 보조로 들어가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재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좋은 대본을 쓰게 되면 할아버지를 뵈러 가려했으나 그 시간이 점점 늦추어지고 그러다 끝내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런 대본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강현이었으나 언제나 작가가 되면 찾아오라고 소싯적 건축가였던 할아버지가 작업실도 만들어 놓았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 서강현은 더욱 후회를 하며 그렇게 드라마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공무원 생활 중 한 번씩 청소하러 갔던 할아버지의 집, 며칠 전 서재를 청소하다 비밀의 공간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본을 쓰면 평론가들이 입장해 평점을 매겨주고 피드백을 해줍니다. 사자 가면은 글의 전개, 여우 가면은 캐릭터, 사슴 가면은 연출, 강아지 가면은 다음 회를 볼만큼 흥미로운지를 평가합니다.
오늘은... 퇴사도 했으니
한 500시간 정도 해 볼까?
도플갱어
퇴사를 하고 800시간 동안 도플갱어라는 드라마 대본 1화와 2화를 깎고 또 깎아서 평점 6.4를 넘겼습니다. 그 방을 나와 자신의 뒤를 이어 다른 유명 드라마 작가의 보조로 일하고 있는 동생에게 대본을 보냅니다. 여동생은 예전 일을 생각하며 오빠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본을 보고는 생각이 바뀝니다. 4화까지 퀄리티가 유지되면 편성도 될 대본이라고 오빠에게 말하며 다음 화를 요구합니다.
지랄.
이거 니가 쓴 거 아니지?
동생에 답변에 용기를 얻은 그는 다시 한번 비밀의 공간으로 가서 1, 2화 대본을 더 갈고닦아 평점 7을 넘깁니다. 지친 그가 나왔을 때 MBS 방송국 드라마 PD로 있는 아는 형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편성이 엎어져 급히 대본을 찾는 전화에 그는 도플갱어 1, 2화 아는 작가의 대본이라며 보내주고 잠이 듭니다. 대본에 꽂힌 PD는 서강현이 쓴 대본임을 알고 입봉도 안 한 작가의 대본이지만 어떻게 하든 국장님을 설득해 편성을 받을 결심을 합니다. 서강현의 도플갱어 대본은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대본을 읽은 사람은 대본에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국장님을 설득하여 편성을 받고 유명한 촬영감독도 대본으로 꼬셔오게 됩니다.
이에 동기를 부여받은 서강현은 3화, 4화 대본을 쓰려고 다시 비밀의 공간에 들어가는데 새로운 평론가로 카멜레온이 등장합니다. 카멜레온은 편성된 드라마의 배우들의 얼굴로 변하며 캐스팅에 대하여 알려줍니다. 그렇게 카멜레온이 알려준 연극판 무명배우를 남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하는 아이돌 여가수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며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립니다.
도플갱어 파도가 밀려온다
서강현의 드라마, 도플갱어는 회당 1억 5천의 제작비가 책정되었습니다. 그러나 KBC에서는 서강현 동생이 보조로 있는 스타 작가인 장유미의 드라마가 편성되고 그녀는 그 드라마에 자신의 사단 배우들을 총출동시키고 그 드라마의 제작비는 도플갱어의 10배로 책정됩니다.
KBC 장윤미 작가의 어벤저스 대
MBS 서 무슨 작가의 이미졌스랜다.
거기에 더해 동생을 부려먹으며 공동 집필로 크레디트에 올려주기로 한 정유미 작가는 약속을 져 버리고 이에 격분한 서강현은 비밀의 공간으로 가서 대본을 1화부터 다시 한번 갈고닦아 평점 7.5를 넘깁니다. 또한 대본 리딩 현장에서도 의지를 불태우며 배우들의 연기도 열심히 코칭합니다. 촬영에 들어가자 그 모든 것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대본뿐 아니라 카멜레온이 알려 주었던 배우들도 혼신의 연기를 펼칩니다. 이런 노력에 PD는 국장과의 담판을 지어 방영 전 특별편 편성까지 받아냅니다. 이런 일이 하나씩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니 서서히 파도가 밀려오는 듯합니다.
파도가 아니라 해일인가
특별 편을 본 KBC의 피디와 작가는 서서히 도플갱어를 의식하게 됩니다. 초반 시청률은 역시 KBC 측이었습니다. TV M 측도 웰빙드라마 작가, 서일해 작가의 의학 드라마로 도플갱어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송곳은 언제나 주머니를 뚫고 나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리뷰하는 유명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이 자기 복제에 가까운 정유미 작가의 KBC 드라마 리뷰를 거절하고 도플갱어를 리뷰하게 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하여 도플갱어는 시청률 먹는 하마가 되어갑니다.
적당히 잘해 미친놈아!
너 때문에 지금 작업실 분위기 개판이잖아!
그런 순간에도 서강현은 비밀의 공간을 이용하여 열심히 대본의 평점을 올려 8화 대본은 평점 8점대를 기록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정유미 작가는 점점 초조해지고 그러다가 똥볼을 차게 됩니다. 그에 반해 도플갱어는 1화에 1프로로 시작했던 시청률도 4화에서는 7프로로 상승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서강현에게는 비기 8화 대본이 남아있습니다.
마치며
SSS급 평론가들이 자꾸 내 글을 읽음의 도출식 작가님의 현대판타지로 네이버 시리즈와 문피아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는 162회 정도까지 나왔으며 연재 중인 소설이며 위의 내용은 20화 정도까지의 리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비밀의 공간으로 인하여 작가의 꿈을 다시 찾은 주인공이 어디까지 해 나갈 수 있을지가 흥미롭게 펼쳐질 것 같습니다.